밤과 낮의 대화 /
A Paradoxical Talk
2018.2.24 - 3.25
Weekend
2018.2.24 - 3.25
Weekend
풍경의 인물화(化), 인물의 풍경화(化)
황윤중
숲은 풍부한 감각을 제공하는 환경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몸은 도시 환경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감각의 능력을 일깨운다. 인적이 드문 숲의 적막 속에서 망막을 가득 채우는 빛,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의 소리, 흙과 식물의 내음, 고르지 않은 지면의 굴곡, 피부에 맞닿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비롯한 다양한 감각들은 몸을 자극하고 그에 상응하는 무의식적인 몸의 반응을 촉발한다.
이처럼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숲이란 공간은 한 화가에게 자신이 그리는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이끌었다. 그 방법은 대상을 눈앞에 끌어당기고 확대하는 '클로즈-업'이 아니라 자신의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것을 눈보다는 몸으로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즉 자신을 둘러싸고 침투해오는 자극들에 대한 몸의 반응을 전달하는 붓질을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고 더 나아가 그 간격을 지우려는 것이다. 신체의 감각과 가장 즉각적, 직접적으로 연결된 붓질의 제스쳐를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아직은 그가 대상과 일정한 시각적인 거리를 두고 숲을 그리던 시기(2016년)의 풍경에는 새와 사슴, 나무 등의 사물들의 형태가 비교적 선명한 윤곽선을 통해 묘사되었지만, 몸의 언어를 사용한 그리기를 진행한 이후로 숲의 사물이나 풍경을 명확히 지시하거나 묘사하는 요소는 확연히 줄어든다. 또한 의식적 구상 이전에 자신에게 떠오르는 감각에 반응하여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붓질은 거리감이나 형태를 표현하는 기능에서 해방되어 점점 빠르고 반복적이고 단순해지는 동시에 여러 개의 색면과 색띠 또는 색 덩어리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의 감각에 대한 집중은 몸이 화면의 주제로 나타나도록 이끌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숲과 몸_덩어리>(2017) 3점의 화면에는 추상화된 인물의 형태가 나타난다. 숲이 방출하는 다양한 물리적 입자들은 몸 곳곳으로 침투해 들어와 몸의 상태를 변화시키고 몸을 자신의 경계 밖으로 연결-확장시킨다. 그래서일까 화면 속 인물의 얼굴과 머리는 때로 하늘이나 산과 포개어지고 무지개에 맞닿으며 그 스스로가 풍경이 되고, 해와 달은 곧 인물의 눈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가 그린 인물의 몸은 화면의 다른 부분들과 구별되는 독립적인 살을 지니지 않는다. 때로 그의 붓질은 몸과 풍경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교란하며, 다양한 폭과 길이와 방향을 지닌 색면과 색띠들은 화면을 구성하는 동시에 인물의 몸을 구성하면서 화면 전체가 풍경과 인물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없는 하나의 몸, 큰 덩어리가 된다. 화면 속에 인물이 따로 존재하기보다는 화면 그 자체가 인물이 된다.
그렇게 숲과 교감하는 몸의 언어로 그려진 풍경과 인물은 서로의 형태와 살을 포개고 뒤섞고 교환하며 새로운 몸으로 재탄생한다. 풍경화된 인물과 인물화된 풍경으로 이뤄진 ‘숲-몸’으로. 그의 그림은 숲을 경유해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에 이르고, 또한 자신의 몸을 경유해 숲에 대한 감각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황윤중
숲은 풍부한 감각을 제공하는 환경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몸은 도시 환경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감각의 능력을 일깨운다. 인적이 드문 숲의 적막 속에서 망막을 가득 채우는 빛,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의 소리, 흙과 식물의 내음, 고르지 않은 지면의 굴곡, 피부에 맞닿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비롯한 다양한 감각들은 몸을 자극하고 그에 상응하는 무의식적인 몸의 반응을 촉발한다.
이처럼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숲이란 공간은 한 화가에게 자신이 그리는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이끌었다. 그 방법은 대상을 눈앞에 끌어당기고 확대하는 '클로즈-업'이 아니라 자신의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것을 눈보다는 몸으로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즉 자신을 둘러싸고 침투해오는 자극들에 대한 몸의 반응을 전달하는 붓질을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고 더 나아가 그 간격을 지우려는 것이다. 신체의 감각과 가장 즉각적, 직접적으로 연결된 붓질의 제스쳐를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아직은 그가 대상과 일정한 시각적인 거리를 두고 숲을 그리던 시기(2016년)의 풍경에는 새와 사슴, 나무 등의 사물들의 형태가 비교적 선명한 윤곽선을 통해 묘사되었지만, 몸의 언어를 사용한 그리기를 진행한 이후로 숲의 사물이나 풍경을 명확히 지시하거나 묘사하는 요소는 확연히 줄어든다. 또한 의식적 구상 이전에 자신에게 떠오르는 감각에 반응하여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붓질은 거리감이나 형태를 표현하는 기능에서 해방되어 점점 빠르고 반복적이고 단순해지는 동시에 여러 개의 색면과 색띠 또는 색 덩어리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의 감각에 대한 집중은 몸이 화면의 주제로 나타나도록 이끌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숲과 몸_덩어리>(2017) 3점의 화면에는 추상화된 인물의 형태가 나타난다. 숲이 방출하는 다양한 물리적 입자들은 몸 곳곳으로 침투해 들어와 몸의 상태를 변화시키고 몸을 자신의 경계 밖으로 연결-확장시킨다. 그래서일까 화면 속 인물의 얼굴과 머리는 때로 하늘이나 산과 포개어지고 무지개에 맞닿으며 그 스스로가 풍경이 되고, 해와 달은 곧 인물의 눈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가 그린 인물의 몸은 화면의 다른 부분들과 구별되는 독립적인 살을 지니지 않는다. 때로 그의 붓질은 몸과 풍경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교란하며, 다양한 폭과 길이와 방향을 지닌 색면과 색띠들은 화면을 구성하는 동시에 인물의 몸을 구성하면서 화면 전체가 풍경과 인물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없는 하나의 몸, 큰 덩어리가 된다. 화면 속에 인물이 따로 존재하기보다는 화면 그 자체가 인물이 된다.
그렇게 숲과 교감하는 몸의 언어로 그려진 풍경과 인물은 서로의 형태와 살을 포개고 뒤섞고 교환하며 새로운 몸으로 재탄생한다. 풍경화된 인물과 인물화된 풍경으로 이뤄진 ‘숲-몸’으로. 그의 그림은 숲을 경유해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에 이르고, 또한 자신의 몸을 경유해 숲에 대한 감각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